티스토리 뷰

목차



    지하철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전 회의일정으로 김포에서 강남에 있는 고객사까지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보통 출근시간대 이동을 하지 않다 보니 붐비는 지하철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옆칸에서 큰소리로 어떤 남자가 화를 내면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싸우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한 사람만 계속 화를 내고 상대방은 목소리가 작은 것인지,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한 사람 목소리만 들렸다. 

     

    참 오래 시끄럽다고 생각할 무렵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방적인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지속되었다. 뺨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 여성 승객들의 비명도 같이 들렸다. 붐비는 객차라서 옆칸에서 소리만 들릴 뿐 어떤 상황에서 누가 그러는 것인지 보이지는 않았다. 

     

    신림동에 이어 분당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일어난 해의 겨울이었고, 그렇게 붐비는 지하철에서도 공포감이 밀려왔다. 

     

    밀폐되고 밀집된 공간에서 그런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믿지기 않았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폭행이 계속된다는 것도 믿을수 없었다. 육안으로 상황 파악이 안되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거리가 있어서 공포감에도 거리가 있었다.  

     

    누군가 신고를 하거나 말리거나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폭행이 지속되는 소리를 듣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자신고를 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문자신고를 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신고하는지 못찾겠고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서 결국은 112에 신고를 했다. 

     

    112를 누르고 신고

    처음 문자신고를 하려고 한 것은 두려움 때문에 발동한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전화신고를 할 수 밖에 없어서 112를 누르고 최대한 조용한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가해자가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도 걱정과 공포가 있었다. 

     

    그런데 객차는 폭행 가해자의 욕설과 때리는 소리와 비명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는 정적이 흘렀고, 내 목소리는 또렷이 울려퍼졌다. 

     

    " 지금 지하철에서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어디로 가는 열차인지, 객실 번호가 무엇인지, 몇번째 칸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질문을 반복해서 복창하고 승객들이 알려주기도 했다. 

     

    최대한 조용히 몰래 신고하려고 했지만, 조용한 객차에 내 전화 신고 소리는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달라지는 태도와 반응

    112 신고를 마치니, 폭행 가해자의 목소리 톤과 말투가 바뀌고 폭행 소리도 더 이상 없었다. 그리고 성인 남자가 개입해서 폭행 가해자를 잡고 내리겠다고 하는 말도 들렸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욕설과 폭행을 하던 가해자는 완전히 돌변해서 '일반인'의 평범한 말투를 구사하고, 이전의 흥분된 상태도 아니었다. 사이코패스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해자를 잡은채로 경찰에 인계하겠다고 개입한 누군가에게 아주 얌전하게 대응하면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여기 저기서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진작에 큰 소리로 신고를 했어야 했다. 

     

    "위험할 것 같으면" 소리를 내야한다. 

    모두가 위험을 느끼고 숨죽이고 있으니, 범죄자는 신이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욕설과 폭행을 지속했던 것이다. 아마 본인의 힘을 과시하면서 아주 신이 난 상태였던것 같다. 

     

    그런데 신고를 하고 경찰이 온다고 하니 바로 태도가 바뀌어서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데 정말 가증스러웠다. 

     

     "위험할 것 같으면" 호루라기를 불던가 소리를 지르든, 무조건 소리를 내라고 하는 것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범죄 피해가 발생한 후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 바로 신고를 하라는 것이다.   

     

    범죄자는 범죄 전에 소리가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고, 소리를 내면 범죄의도를 낮추는 것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리가 나면 주변의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되고, 마치 CCTV가 작동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에 의하면, 93년 지나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 범죄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고  2000년대에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범죄가 나타났고, 이제는 특정해서 피해자를 선택하는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밤길을 걷다가 누가 따라오는 느낌이 들거나 위험을 느끼고 신고를하면 관제센터가 연결되어서 걸어가는 모습을 경찰이 지켜보는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위험을 느끼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숨죽이게 된다. 하지만  큰 소리를 내고, 신고를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